쫄쫄이를 입은 영웅들의 모임- 어벤져스

원래 나는 스판덱스 히어로물을 진짜로 좋아한다. 재미있건 없건 웬만하면 다 본다. 남들이 유치하다 그래도 본다. 그냥 봐야 하는 의무로 본다. 2003년판 헐크도 재미없지만 그냥 봤다. 왜냐? 쫄쫄이를 입은 영웅을 안 볼 순 없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쫄쫄이 영웅도 영화에 따라 달라져서 배트맨-스파이더맨-아이언맨 순서로 좋아하고 있다. 그러니까 현재는 아이언맨이 나한테 최고란 이야기다. 이런 아이언맨이 나오는데다가 다양한 쫄쫄이 영웅들이 나온다는데 어벤져스를 안 보러 갈 수는 없었다. 초등학생들로 가득찬 극장에서 나는 나 혼자 맘껏 즐기다 나왔다. 나이든 중년 부인들처럼 "어머, 어쩜, 저걸 어째." 를 연발하면서 말이다(다행이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영화는 쫄쫄이 영웅스런 이야기다. 외부의 적이 나타나고 주로 혼자서 싸우던 쫄졸이 영웅들은 힘을 합쳐 싸워야 되지만 다들 잘났다보니 내분이 생긴다. 그러나 그 내분을 이겨내고 한 팀이 된 쫄쫄이 영웅들은 결국 멋지게 외부의 적을 무찌른다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배트맨처럼 심오하지 않다) 그것을 극복하고도 남을 훌륭한 할리우드 특수효과와 웃기는 등장인물들이 있다. 쫄쫄이 영웅들에게 이 이상의 것을 바라는 것은 좀 심한 것이 아닐까. 힘들게 지구를 지키고 쫄쫄이를 입고도 멋진 몸매를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몸매 관리도 해야 하고 일상생활도 영위해야 하는 우리의 쫄쫄이 영웅들에겐...(토니 스타크는 피터 파커같이 생활고에 쪼들리는 찌질이는 아니지만 부자도 부자 나름의 고민이 있다)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랄 수 있는 아이언 맨, 토니 스타크. 진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이언맨이 딱이다. 셜록 홈즈는 진짜 줘 패주고 싶을 정도로 별로 였지만 토니 스타크로는 완벽했다. 깐죽거리는 유머 감각 너무 맘에 들어!
블랙 위도우 역으로는 스칼렛 요한슨. 내가 너무 좋아하는 배우이고 아이언 맨뿐만 아니라 여기서도 그대로 나왔다. 원래 금발인 줄 알고 있는데 빨간 머리도 이쁘다. 아니, 원래는 금발이 아니었던가?
악역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로키. 배우는 잘 모르는 사람인데 은근히 매력적이다. 야비하게 웃는 모습이 아주 맘에 든다. 나보다 나이가 '많이' 어려서 놀랐다. 그리고 진짜 피부가 백옥같다....아무튼 로키역 너무 잘 소화했다. 헐크에게 얻어터질때는 진짜 완전 웃겼다. 북유럽 신화속에서 로키는 꾀돌이고 유쾌한 쪽이라 좋아했는데 어벤져스의 로키는 병신력이 상당히 세더라.
호크 아이. 이사람 누군가 했더니 바로 미션 임파서블에 나왔던 그 해커잖아! 보는 내내 기억이 날듯말듯 해서 한참 고민했는데 톰 오빠랑 같이 나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호크아이가 주역인 만화도 있는건가? 
그리고 이분!!!! 헐크! 내가 보기엔 과거 헐크로 나왔던 에릭 바나, 에드워드 노튼, 마크 러팔로 셋중에 마크 러팔로가 헐크에 제일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피곤에 찌들은 백인 중년 남성 이미지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예를 들면 슈퍼내츄럴 카스티엘 역의  미샤 콜린스) 완전 딱 그이미지다. 배우가 누군지 생각안나서 고민했는데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에 나왔던 남자였다. 그 땐 그저 그랬는데 브루스 배너로 정말 잘 어울렸다. 내가 생각하는 브루스 배너는 헐크때문에 인생이 괴롭고 피곤한 연약한 연구직이었는데 정말 딱 그런 분위기였다. 토니 스타크랑 연구실에 있는 부분 정말 맘에 들었어요!
마지막으로 캡틴 아메리카. 사실 만화속에선  미국의 정의를 외치는 캐릭터라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어벤져스에서는 좀 달라진 것 같다. 토니하고는 상극인 성격에서 조금씩 비슷해진다고나 할까. 배우는 예전에 fantastic 4 에서 막내로 나왔던 사람. 이러다 이 분 쫄쫄이 영웅 전문배우 될지도 몰라.
그리고 로키의 형 토르. 북유럽 신화를 예전부터 좋아하긴 했는데 유쾌하고 지략가였던 로키에 비해 좀 무식해 보이는 토르의 이미지가 미국에 와선 완전히 바뀐것같다. 억양이 특이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호주 출신의 배우. 이건 여담인데 호주에 미남이 많은듯...토르는 영화는 안 봤는데 봐야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다지 중요한 인물은 아닌데 좋아하는 배우라서...how i met your mother에서 로빈으로도 나오는 그녀. 여기서 보니 반가웠다.
어벤져스는 헐크, 아이언맨1,2, 토르, 퍼스트 어벤져 5개의 영화에서부터 연결된 영화라고 한다. 이전에 그냥 볼 때는 몰랐는데 요즘 케이블에서 재방해주는 것을 보면 진짜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헐크에서는 스타크 기업이 나오고 토니 스타크까지 나온다. 꽤 오래 기획해서 만들었단 말이다. 하긴 미국의 쫄쫄이 영웅들 만화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 당연한 거겠지만...이럴땐 정말 미국의 문화적배경이 너무 부럽다.

어쨌든 쫄쫄이 영웅을 사랑한다면 영화의 장단점은 따지지 않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 어벤져스. 
by 장량 | 2012/05/07 22:39 | sundries-etc. | 트랙백(1) | 덧글(4)

보이지 않는 고릴라 by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대니얼 사이먼스

심리학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없는 사람이라도 어딘가에서 한 번이라도 접해서 알고 있는 실험이 있다. 색이 다른 운동복을 입은 두 팀의 선수들이 농구를 하는 화면을 보여주면서 이 경기에서 일어나는 패스 횟수를 세는 실험. 사람들은 패스 횟수 세기에 집중하느라 고릴라 한마리가 경기중에 걸어들어와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영상을 모두 보고 난 후 경기 중에 뭔가 특이한 것을 보지 못했냐는 질문에 고릴라를 보았다고 대답한 사람은 어떤 집단에서든지 매우 소수이다. 그리고 어떻게 저런 이상한 형태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놀라워할 뿐이다. 이 실험은 인간의 착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 여주는 심리학 역사에 획을 그을만한 실험으로 평가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이 간단하지만 위대한 실험을 만든 두 심리학도가 인간의 의식속에서 일어나는 여섯가지 착각의 종류에 대해 기술한 책이다.

 

1. 무주의 맹시 inattentional blindness

기대하지 못한 사물에 대한 주의력 부족으로 그것을 보지 못한채 지나가버리는 현상으로 고릴라 실험이 이에 해당한다. "바라봤으나 못봤다"라고도 말할 수 있으며 어떤 상황속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지 못한 존재가 나타난다면 의식이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며 벌어지는 착각이다.

 

2. 기억력 착각 illusion of memory

인간의 기억은 실제로 일어난 일과는 차이가 있다. 영화속에서 종종 찾을 수 있는 '옥의 티'현상은 스크립터들이 이전에 찍은 장면과 이어지는 장면에서 갖춰진 소품들이 동일하다고 착각하는데서 일어나는 실수일 수도 있다. 기억력 착각 중에선 기억 출처의 오류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남의 기억을 자신의 기억인 것처럼 착각하는 현상이다.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이 기억출처의 오류 때문에 본의아니게 표절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3. 자신감 착각 illusion do confidence

인간이 스스로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면서 생기는 착각이다. 사실 자신감은 개인의 성격의 일부분이지 능력은 아닌데도 자신감과 능력이 동일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타인들도 개인을 평가할 때 자신감이 있나 없나로 평가하며 스스로도 자신감이 얼마나 있는가로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려 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약간의 성취만으로도 자신감이 실제 능력보다 더 커지게 되나 실제 능력이 향상되면 될수록 자신감은 이전보다는 내려가게 되며 최종적으로 실력과 자신감이 비슷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특히 사기꾼은 자신감이 극도로 발달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피해자들은 이들의 자신감을 능력과 동일하다고 평가하여 피해를 입는 것이다. 자신감은 또한 유전적인 성향도 있는데 부모의 자신감이 높으면 자식의 자신감도 대체로 높다고 한다. 영화 ‘catch me if you can’의 주인공인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네일의 아버지도 사기꾼이었다고 한다.

 

4. 원인 착각 illusion of cause

모든 일에 인관관계가 있다고 착각하는 일. 동시에 발생한 두 가지 일중에 한 가지를 다른 일의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한때 미국에서 유행했던 자폐증과 예방접종의 상관 관계에 대한 믿음이나 궂은 날씨와 관절염 환자들의 통증의 관계가 이에 속한다.

 

5. 잠재력 착각 illusion of potential

방법을 알기만 하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만큼 우리의 지적인 능력은 엄청나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두뇌의 능력을 모두 사용하게 만들어주는 방법들로 자신의 능력이 더 발전되었다고 믿는 착각이다.

한때 미친 듯이 유행한 모차르트 효과는 사실 무근인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나타났으며 서브리미널 효과도 실체가 없다고 규명하는 연구결과가 실체가 있다는 연구결과보다 더 많다고 한다. 닌텐도 두뇌 트레이닝 게임들도 그 게임을 잘 하게 만드는 것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두뇌의 전반적인 능력을 높이는 효과는 없다고 한다.

두뇌의 잠재력을 높이려면 적당히 걷는 운동이 더 효과가 있다고 하며 노쇠하고 있는 두뇌를 회춘하게 만드는 방법은 현재 기술로는 없다고 한다. 그냥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뿐이다.

 

6. 직관의 착각 illusion of intuition

과거의 경험에서 얻어진 지식으로 비슷한 어떤 일을 평가할 때 자동적으로 결정을 내리면서 얻어지는 착각이다. 과연 첫인상은 확실한 것인가? 당신의 직관은 첫인상으로 모든 이들을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을만큼 믿을 수 있는 것인가? 첫인상이 틀린 경우는 그것이 맞는 경우보다 많다. (실제로 연쇄살인범은 첫인상이 호감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연쇄살인범의 주요 피해자인 여성들이 호감을 갖고 경계심없이 대할 만큼 매력적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저 유명한 테드 번디도 그런 경우. 그는 심지어 재판장의 배심원들까지 호감을 가질만한 첫인상을 보였다고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착각을 안한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좀 더 풍요로워 질까? 그건 아닐 것이다. 단지 착각으로 인해 벌어지는 인간관계의 많은 분쟁들이 좀 더 줄어드는 것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착각은 가끔은 좋은 일을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눈에 반했다는 사람들 대부분이 직관의 착각을 저지르는 걸 수도 있지만 그래서 결혼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실 이 책에서는 착각을 저지르지 않는 방법을 말 해 주고 있지는 않다. 아마도 착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저 중요한 일에서 착각의 정도를 조금씩 줄이는 것, 그리고 착각했다 할지라도 그것을 깨닫는 것, 그 정도가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인지도 모른다.

 

by 장량 | 2012/04/29 18:36 | sundries-book | 트랙백 | 덧글(0)

어둠의소리-이든 필포츠

은퇴한 탐정 존 링글로즈는 휴식을 위해 여관에서 묵다가 자신의 방에서 들리는 어린 소년의 살려달라는 목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난다. 이틀 연속으로 같은 목소리를 들은 그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유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여관에는 어린아이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이 여관에 묵고있는 벨레아즈라는 부인으로부터 그 목소리의 주인공일지도 모르는 소년 루드빅에 대해 듣게 된다. 원래 부터 연약했던 루드빅은 삼촌인 버고잉 뷔즈와 집사인 아서 비튼에 의해 교묘한 방법으로 죽음을 맞은 것이다. 아무런 증거도 없고 오직 부인의 증언에만 의존하는 사건이었지만 천성적으로 아이를 좋아하는 그는 이 두 범인을 가만히 둘 수 없다고 생각하여 나름대로 조사에 나선다. 링글로즈는 어떤 방법으로 범인을 잡을 증거를 찾아내고 자백을 받아낼 것인가.

범인이 미리부터 알려져 있는데다가 증거도 없고 벌어진 뒤 1년이나 지난 후의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을 그린 추리소설이다. '누가 그것을 했는가'나 '왜 그것을 했는가'가 아니고 '어떻게 그것을 했는가'가 주제가 되는 작품이다. 범인인 뷔즈도 탐정인 링글로즈도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이미 파악한 상태에서 서로 떠보는 듯한 대화를 하는 장면이 재미있다. 그리고 링글로즈가 들은 유령목소리의 정체가 알려지는 장면은 약간 애교넘치기까지 하다.

작가인 필포츠는 원래 추리소설가는 아니었다는데 추리소설의 너무나 빈약한 인물묘사에 분개한 나머지 탐정과 범인의 성격과 심리묘사에 정성을 기울여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역시 저 유명한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나라의 작품답다.

by 장량 | 2012/04/05 21:47 | 추리소설의 늪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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