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없는 사람이라도 어딘가에서 한 번이라도 접해서 알고 있는 실험이 있다. 색이 다른 운동복을 입은 두 팀의 선수들이 농구를 하는 화면을 보여주면서 이 경기에서 일어나는 패스 횟수를 세는 실험. 사람들은 패스 횟수 세기에 집중하느라 고릴라 한마리가 경기중에 걸어들어와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영상을 모두 보고 난 후 경기 중에 뭔가 특이한 것을 보지 못했냐는 질문에 고릴라를 보았다고 대답한 사람은 어떤 집단에서든지 매우 소수이다. 그리고 어떻게 저런 이상한 형태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놀라워할 뿐이다. 이 실험은 인간의 착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 여주는 심리학 역사에 획을 그을만한 실험으로 평가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이 간단하지만 위대한 실험을 만든 두 심리학도가 인간의 의식속에서 일어나는 여섯가지 착각의 종류에 대해 기술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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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주의 맹시 inattentional blindness
기대하지 못한 사물에 대한 주의력 부족으로 그것을 보지 못한채 지나가버리는 현상으로 고릴라 실험이 이에 해당한다. "바라봤으나 못봤다"라고도 말할 수 있으며 어떤 상황속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지 못한 존재가 나타난다면 의식이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며 벌어지는 착각이다.
2. 기억력 착각 illusion of memory
인간의 기억은 실제로 일어난 일과는 차이가 있다. 영화속에서 종종 찾을 수 있는 '옥의 티'현상은 스크립터들이 이전에 찍은 장면과 이어지는 장면에서 갖춰진 소품들이 동일하다고 착각하는데서 일어나는 실수일 수도 있다. 기억력 착각 중에선 ‘기억 출처의 오류’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남의 기억을 자신의 기억인 것처럼 착각하는 현상이다.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이 기억출처의 오류 때문에 본의아니게 표절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3. 자신감 착각 illusion do confidence
인간이 스스로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면서 생기는 착각이다. 사실 자신감은 개인의 성격의 일부분이지 능력은 아닌데도 자신감과 능력이 동일한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타인들도 개인을 평가할 때 자신감이 있나 없나로 평가하며 스스로도 자신감이 얼마나 있는가로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려 하는 경향이 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약간의 성취만으로도 자신감이 실제 능력보다 더 커지게 되나 실제 능력이 향상되면 될수록 자신감은 이전보다는 내려가게 되며 최종적으로 실력과 자신감이 비슷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특히 사기꾼은 자신감이 극도로 발달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피해자들은 이들의 자신감을 능력과 동일하다고 평가하여 피해를 입는 것이다. 자신감은 또한 유전적인 성향도 있는데 부모의 자신감이 높으면 자식의 자신감도 대체로 높다고 한다. 영화 ‘catch me if you can’의 주인공인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네일의 아버지도 사기꾼이었다고 한다.
4. 원인 착각 illusion of cause
모든 일에 인관관계가 있다고 착각하는 일. 동시에 발생한 두 가지 일중에 한 가지를 다른 일의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한때 미국에서 유행했던 자폐증과 예방접종의 상관 관계에 대한 믿음이나 궂은 날씨와 관절염 환자들의 통증의 관계가 이에 속한다.
5. 잠재력 착각 illusion of potential
방법을 알기만 하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만큼 우리의 지적인 능력은 엄청나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두뇌의 능력을 모두 사용하게 만들어주는 방법들로 자신의 능력이 더 발전되었다고 믿는 착각이다.
한때 미친 듯이 유행한 모차르트 효과는 사실 무근인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나타났으며 서브리미널 효과도 실체가 없다고 규명하는 연구결과가 실체가 있다는 연구결과보다 더 많다고 한다. 닌텐도 두뇌 트레이닝 게임들도 그 게임을 잘 하게 만드는 것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두뇌의 전반적인 능력을 높이는 효과는 없다고 한다.
두뇌의 잠재력을 높이려면 적당히 걷는 운동이 더 효과가 있다고 하며 노쇠하고 있는 두뇌를 회춘하게 만드는 방법은 현재 기술로는 없다고 한다. 그냥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뿐이다.
6. 직관의 착각 illusion of intuition
과거의 경험에서 얻어진 지식으로 비슷한 어떤 일을 평가할 때 자동적으로 결정을 내리면서 얻어지는 착각이다. 과연 첫인상은 확실한 것인가? 당신의 직관은 첫인상으로 모든 이들을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을만큼 믿을 수 있는 것인가? 첫인상이 틀린 경우는 그것이 맞는 경우보다 많다. (실제로 연쇄살인범은 첫인상이 호감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연쇄살인범의 주요 피해자인 여성들이 호감을 갖고 경계심없이 대할 만큼 매력적이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저 유명한 테드 번디도 그런 경우. 그는 심지어 재판장의 배심원들까지 호감을 가질만한 첫인상을 보였다고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착각을 안한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좀 더 풍요로워 질까? 그건 아닐 것이다. 단지 착각으로 인해 벌어지는 인간관계의 많은 분쟁들이 좀 더 줄어드는 것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착각은 가끔은 좋은 일을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눈에 반했다는 사람들 대부분이 직관의 착각을 저지르는 걸 수도 있지만 그래서 결혼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실 이 책에서는 착각을 저지르지 않는 방법을 말 해 주고 있지는 않다. 아마도 착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저 중요한 일에서 착각의 정도를 조금씩 줄이는 것, 그리고 착각했다 할지라도 그것을 깨닫는 것, 그 정도가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인지도 모른다.